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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톱 서울 (Biotope Seoul)김도균 (MOOOOL) 개인전

전시 기간 : 2023.02.01 (수) - 2023.02.14 (화)

공간 운영 시간 : 10:00 - 20:00 (월요일 휴무)

전시 공간 : 카페 계단집 (서울 중구 퇴계로6길 35) @cafe_stairs_

전시 공간 후원 :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Seoul CRC) @seoul.crc.2019

작가노트

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 초, 서울에 상경했다. 근 10년간 학교를 다녔기에, 빨리 올라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 다양한 전시와 공연,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는 1년이 넘게 쉬이 끝나지 않았고, 많은 것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나 또한 네 평짜리 방 안에 그대로 멈춰 있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산책/Wandering’을 주 개념으로 거리 사진들을 촬영해왔다.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반짝이는 풍경 사이를 카메라 하나와 함께 산책하는 일은 내게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 갇혀 우울을 심하게 앓던 동안에 내게 산책은 ‘용기내야 하는 것’이 되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 되지 못했기에,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시간을 들여 내가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관찰하고 찍으려 했다.

2022년 동안의 작업 제목으로 삼은 ‘비오톱/Biotope’은 기존에는 학술적, 행정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지표상에서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생물서식지’를 뜻한다. 지방에서 상경한 내게 ’서울‘이란 오래전부터 다른 곳과 명확히 구분되는 하나의 지표였다. 하지만 이 ‘생활공동체’ 혹은 ‘서식지/영역’에 바로 편입될 수는 없었고, 한동안 외부인과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서울이란 내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섬 같았다.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나를 거쳐 지나갔다. 좋은 친구와 동료, 일을 경험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울과 함께 살아내는 방법을 조금 깨달았고, 나는 서울이라는 비오톱에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다. 다시금 관찰한 풍경들을 차근차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 풍경 사진은 아니다. 단지 이 사진들은 내가 2022년 한 해를 살아내었다는 기록이고 어떤 증명이며,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언젠가 또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었으면 한다.